범죄학 개정판(전대양, 김종오, 신현주)

범죄학 사례 14 치과의사모녀 피살 사건

도서출판 윤성사 2026. 2. 16.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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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학(개정판 전대양, 김종오, 신현주)의 유명범죄사례

 

14. 치과의사모녀 피살 사건

 

1. 사건개요

1995612일 오전 840~9시경 서울 은평구 불광동 소재의 M아파트 007xx호 안방에서 원인모를 화재가 발생하여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소방관에 의해 진압되었다. 안방 장롱 안에서 난 불은 장롱 일부, 옷들과 커튼 및 벽지 일부만을 태웠다. 화재 수습 후 소방관에 의해 부인 최○○(31, 치과의사)씨와 딸 ○○양 등 두 명이 화장실 욕조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2. 발생원인

발생원인은 미상이다. 경찰과 검찰 측에서는 피해자 치과의사와 딸을 살해한 혐의를 피해자의 남편인 이○○씨로 단정하고 긴급구속 하였다. 경찰 측의 발표에 따르면, 부인 최○○씨의 불륜을 눈치 채고 가정불화를 빚어오던 남편 이○○씨가 말다툼을 벌이다 사건 당일 아파트 베란다에 설치된 커튼 나일론 줄로 부인과 딸을 살해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2003226일 대법원 1부는 1995년 발생한 이 사건의 재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 살인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발생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채 사건이 종결되었다.

 

3. 사건내용

. 일시

1995612일 오전 840분경, 주민의 화재 신고 당일 오전 924.

 

. 관련인물과 사건 전개

1) 관련인물

피해자 최○○(31, 치과의사), 딸 이○○(2).

피의자 이○○(33, 외과의사, 피해자 최○○의 남편).

 

2) 사건 전개

이 사건의 전개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의자 이○○씨의 출근시간 전인 오전 7시 이전에 범행이 일어났는가 여부이다. 여러 정황으로 보아 7시 이전이면, 피의자 이○○씨가 진범이고 그것이 증명되지 않으면 범인이라 단정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범인으로 지목된 남편 이○○씨가 사건 당일 오전 7시 정상적으로 출근하는 것이 목격됐기 때문이다. 이해편의를 위해 먼저 사건일지를 볼 필요가 있다.

- 1995612일 이○○의 부인 치과의사 최○○과 이○○의 딸 욕조에서 숨진 채 발견.

- 93일 남편 이○○을 범인으로 단정, 살인 및 현주건조물방화혐의로 구속.

구속이유는 국내 부검의의 법의학소견서를 근거로 피해자가 오전 7시 이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였기 때문이다. 추정근거는 우선 외부침입 흔적이 없고, 부검 및 거짓말탐지기 반응결과 사망추정시간이 오전 4시로 피의자 이○○씨가 출근하기 전이었으며, 화재발생시각도 오전 7시 전후로 나타난 점을 들었다.

- 927일 검찰 이○○ 기소.

- 1996216일 검찰, 사형구형.

- 223일 서울지법 서부지원 사형선고.

- 226일 이○○ 측 항소.

- 627일 서울고법, 무죄선고.

서울고법 형사4(재판장 강○○)는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법은 이 피고인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의심은 가지만 명백한 증거가 없는 이상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 71일 검찰, 대법원에 상고.

- 19981113일 대법원, 유죄취지 파기환송.

대법원 형사2(주심 이○○ 대법관)는 살인혐의로 구속기소 된 피고인 이○○씨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간접증거가 범죄사실에 대한 완전한 증명력을 갖지 못하더라도 전체 증거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결과 등 정황증거를 종합해볼 때 이 피고인이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2001217일 서울고법, 무죄선고.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찰은 주검의 강직(시강)과 반점(시반)에 대한 국내 법의학자들의 소견을 근거로 사망추정시각이 피고인 이○○씨 출근 전인 오전 7시 이전이라고 주장하나, 법의학자들 사이에서도 시강 등을 기초로 한 사망시각 추정에 견해가 일치하지 않는다주위환경과 사람에 따라 시강과 시반이 다를 수도 있으므로 사건발생이 7시 이전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아파트 방화시간을 두고서도 검찰은 일러도 아침 840분에 아파트 경비원에 의해 발견된 아파트 안방 화재가 범인의 지능적인 지연방화에 따라 늦게 발견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화재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범행 예상시각인 7시 이전에 발생한 화재가 그처럼 늦게 발견된 것을 수긍할 수 없다고 밝혔다.

- 2003326일 대법원, 무죄확정.

 

. 의의와 파장

당시 검찰은 아내와 불화를 겪고 있던 이○○씨가 사건 당일 새벽 가족을 살해하고 집에 불을 질렀다며, 화재발생시각, 살해동기, 시강과 시반에 대한 법의학적 소견 등을 유죄의 증거로 들었다. 이 사건 기소 이후, 법정에서는 검찰과 변호인 사이에서 불꽃 튀는 법정공방이 벌어졌다. 특히, 사망시간에 대한 법의학자들의 감정결과와 추정만 가능한 정황증거의 신뢰성을 둘러싼 공방은 법의학, 검시제도, 수사관행, 사형제도 등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 사건에서는 사망시각이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 양측성 시반, 왜 재 시강이 일어나지 않았는가의 여부, 피해자의 마지막 식사가 아침식사인가 전날 저녁식사인가의 여부, 방화시간과 연소시간에 대한 의문점, 전자레인지의 한약복용 여부, 콘택트렌즈의 착용여부, 범행동기 등이 쟁점이 되기도 했다.

경찰수사상의 문제점으로는 초동수사 시 피해자의 손톱을 잘라두지 않은 점, 사진을 여러 각도에서 찍지 않은 점, 현장 감식 시 시신의 직장(直腸)온도를 재지 않은 점 등이 거론되었다.

이른바 한국판 심슨(O. J. Simson)사건으로 불린 이 사건을 둘러싸고 장장 8여 년간의 법정공방이 벌어진 가운데, 결국 피고인에게 무죄가 확정된 것이다. 본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정황증거만으로 기소한 사건에 대해 법원은 더 엄격히 판단할 것이며, 앞으로 보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수사가 필요한 점을 지적했다. 또한 법의학자들이 검찰의 지휘를 받는 한국의 검시제도와 법의학계의 문제점도 제기했다. 결국 대법원의 최종판단은 유죄의 증거가 확실치 않을 땐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한다는 형사법의 원칙을 더욱 분명히 한 사건이다.

특히, 초동수사단계에서 빚어진 경찰의 실수는 과학적 수사방법 체득과 직무전문성 향상을 더욱 절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4. 참고자료

임준태(2007). 법과학과 범죄수사. 21세기사.

동아일보(1996627).

중앙일보(1996627).

조선일보(199672).

중앙일보(19981114).

중앙일보(2001219).

한국일보(2003227).

 

5. 집필자

전대양(관동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